공부의 달인이 되는 법
수필/감상문
2008/04/29 18:22
http://blog.naver.com/tigerim77/90030668508
오늘 박사과정 학생이 기술고시 1차를 합격하고 2차시험 준비를 한다며 조언을 구하러 왔다.
그래서 오래 전에 기술고시 준비하던 때 공부하던 내나름대로의 요령을 알려주었다.
좋은 성적을 얻고 시험에 합격하려는 것은 모든 수험생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노력 여부가 아니라 요령의 차이때문에 좋은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면, 한번쯤 공부하는 방법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요령이 다르겠지만, 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비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부하는 깊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경지가 있는데, 편의상 다음과 같이 5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다. 괄호 안의 수치는 이 단계를 마친 경우 받을 수 있는 점수를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예시한 것이다.
1. 공부의 달인이 되는 5단계
- 1단계: 책을 읽고, 문제를 푼다. (70점)
누구나 공부하면 맨 처음 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읽어야 할 책(교과서, 참고서, 기타 문헌)이 모두 어떤 것인지, 내가 좋은 책을 선정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고시생에게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얘기는 "가장 큰 서점에 가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을 사라"다.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예상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자신이 지금 당장 시험을 치른다면 얼마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를 전망해보고, 학습량을 예측해본다.
- 2단계: 핵심사항을 노트한다. (80점)
책을 정독하면서, 시험당일을 기준으로 조금이라도 기억이 안 날 가능성이 있으면 모두 노트에 기재한다. 그렇다고 너무 뻔한 내용을 기록하여 노트 분량이 과다해져서는 곤란하다. 이 때 가급적 내용을 한 줄 안에 요약하고, 일련번호를 붙인다. 노트를 하면서, "지금 노트에 적히지 않은 내용은 내가 완전히 암기해서 다시 안봐도 되도록 하겠다"는 마음자세로 하면 노트에 적히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기억이 잘된다.
통상 이렇게 하면, 노트 1쪽에 20~25개의 사항이 적히고, 100쪽짜리 책이라도 5쪽 정도면 노트에 들어온다. 이렇게 하면, 5~10권의 책이라도 노트 한 권 안에 다 들어올 수도 있다.
- 3단계: 출제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내본다. (90점)
노트를 한 줄 한줄 보면서 문제를 출제해본다. 주로 단답식/객관식 문제 유형에 대처하기에 적합하다.
지금은 책을 보는 수험생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교사/교수의 입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중요할지 무엇이 사소할지, 어떤 것을 내면 수험생들이 어려워할지 쉬워할지 등을 스스로 알 수 있게 된다.
노트를 한 줄씩 가려가면서 다음 내용을 예측하는 연습을 해보기도 한다. (책 한권의 전체 내용을 암기하는데 유익)
또한, 노트의 번호를 임의로 접근해서 내용을 갑자기 파악하는 연습을 한다. (문제를 신속하게 해독하고,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간 융합에 유익)
- 4단계: 저술자의 관점에서 책을 써본다. (95점)
책의 목록만 보고 책 본문의 내용을 말해본다. 자신이 빠짐없이 책 내용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지, 연습장에 책의 주요 내용을 써본다. 주관식 문제 유형에 대비할 능력이 생긴다.
그 다음에는 책들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자신이 그 분야의 책을 쓴다면 목차는 어떻게 하고 책 제목은 어떻게 할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등을 구상한다. 그 책의 전체 지식체계를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된다.
- 5단계: 책과 노트가 없이, 나를 관조한다. (100점)
책도 노트도 모두 덮고, 며칠이고 조용히 묵상을 한다.
각 책(내가 구상한 책도 포함)의 목차를 모두 나열해보고, 각 목차에 해당하는 주요내용이 무엇인지를 모두 구술해본다. 또한, 내가 그동안 공부한 것 전체를 조망해보고,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느껴본다'.
그리고,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시험을 쳐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공부와 관련된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해답을 구해본다. (짧게 한두마디로 답변할 수 있으면 좋다. 설사 답을 못구해도, 질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아무 공부도 하지말고, 아무 생각도 없이 나 자신을 조용히 관조해본다.
학문을 완성한 자신, 혹은 아직은 미숙한 자신을 관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이룩한 공부의 수준, 시험 당일 얼마나 자신이 있을지 등이 총체적으로 확인이 된다.
2. 5단계 공부 방법의 적용
평범한 학생(수험생)의 경우 대부분 공부한다고 하면 1단계에서 머문다. 책볼 것 다보고 문제 다 풀어봤는데 더 공부할게 무엇이냐고 생각한다. 2단계까지 가면 꽤 모범생이고,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것이다.
3단계는 학생(수험생)의 경지를 벗어나, 교사나 강사 수준이 되는 것이다. 4단계는 책을 쓸 정도의 전문가 혹은 교수 수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공부(학문)가 완성될 수 없다. 과목간 경계도 없이 종횡무진하면서 학문의 경지를 완성해야 공부가 끝난다.
시간이 부족해서 5단계를 다 못 마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해보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1단계에 1년이 걸린다면, 2단계는 1달, 3단계는 3주, 4단계는 2주, 5단계는 1주일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즉 단계를 추가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이게 불교나 도교에서 말하는 진짜 득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단계까지 가고나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 바로 1단계 공부다. 하지만, 이미 5단계를 겪고나서 다시 하는 1단계 공부는 유유자적할 수 있다. 아무리 어렵다는 시험지를 받아봐도, 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출제자와 저술가, 그리고 학문을 완성한 자의 입장에 서봤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요령으로 공부하면 보통 수준의 두뇌를 가진 학생(수험생)이라면 능히 각종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소질이 있으면 수석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초, 즉 1단계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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